나의 여행 스토리 [2]
- 인천- 이스탄불(경유)- 아테네- 델피- 수니온-산토리니- 파로스- 로도스(그리스)- 마르마리스- 페티예- 에페소-셀축- 파묵칼레- 안탈랴- 콘야- 카파도키아- 넴룻- 트라브존- 이스탄불(터키)- 플로브디프- 벨리코투르노보- 소피아(불가리아)- 베오그라드(세르비아)- 부카레스트(루마니아)- 부르가스(불가리아)- 이스탄불(터키)- 인천
- 40일 배낭여행
- 2003년 여름
가족여행으로 떠난 40일간의 지중해 배낭여행..!!
엄마 오빠 나 이렇게 세 사람은 각자 자기 몸의 반 만한 배낭여행 가방을 뒤로 매고, 보조 가방을 앞으로 매고, 40일의 긴 여정을 떠나게 되었다.
여행은 1도 모르던 나였기 때문에 모든 준비는 엄마랑 오빠가 다 했고, 난 어렸을때 모아두었던 세뱃돈, 용돈 등을 보태 이 여행에 동참하게 되었다. (일부만 보탠것 같다)
여행은 전에 패키지로 간 태국, 홍콩이 전부라... 뭐 이번 여행도 엄마 오빠만 잘 따라다니면 되겠지... 란 편한 생각으로 아~~무런 준비도 없이 뱅기에 올랐다.
그리스를 간다길래 그리스 로마 신화 책 정도는 읽었다...ㅋㅋㅋㅋ
이 당시만 해도 스마트폰이 어딨어... 인터넷도 될까말까해서...
여행 정보는 "론리플래닛" 가이드북(영어판)과 한국어판 가이드북 두권이 전부였다. 그리고 각 도시별 인포센터에서 받은 종이 지도들....
(그리스 이야기)
인천공항에서 터키항공을 타고 이스탄불을 거쳐 아테네에 도착했다.
숙소를 미리 구해서 다니는 게 아니라, 가이드 북에 나와있는 숙소 거리를 찾아가 방이 있는지 물어보고 있으면 들어가는 식이었다.
아테네에 짐을 풀고, 아크로폴리스의 파르테논 신전, 박물관, 광장 등을 돌아다녔다.
엄마랑 오빠는 여행 스타일이 비슷해서 모~~든 관광지를 다 찍어야 하는 스타일... 그리고 쇼핑까지!!
나는 아무것도 몰라서 따라다니는데 너무 힘들었다. ㅋㅋㅋ 하지만 이것이 결국 내 여행 스타일이 되고 말았다.
아테네 근교의 델피라는 곳은 가는 날이 장날이라고 진짜 43도까지 기온이 올라 너무 더워 모든걸 다 포기하고 싶게 만들었고, 수니온 곶이라는 데는 바닷가 근처라 엄청 시원했다.
이렇게 그리스 본토를 훑어보고 그리스 섬으로 떠나는 페리에 올랐다.
그리스는 무수히 많은 섬들이 있는데 그 중 유명한 산토리니는 꼭 가야지!!
한밤중에 출발한 배는 느릿느릿 아침이 되어서야 도착했다.
휴양지라 그런지 본토와는 분위기부터 달랐다. 뭔가 더 놀자 놀자 분위기고, 여유 터짐..
피라마을의 아기자기한 골목 상점들과 이아마을의 노을은... 아직도 잊을 수 없다.
배낭여행을 처음 하면서 알게 된 것이 있었다.
여행을 하다보면 루트가 비슷한 다른 배낭 여행객들과는 계속 마주치게 된다는 점이다.
처음엔 같은 한국인이라 말 걸어보고, 다음 장소에서 또 우연히 마주치게 되고, 도시를 옮겼는데 그 곳에서 또 마주치게 되고..
이것이 반복되다 보면... 나중에 우연히 만나면 그렇게 반가울수가 없다. (따지고보면 루트가 비슷하니 만나는건 당연한 거였는데..)
아무튼 이런 만남들로 인해 소중한 사람들을 알게 되었고, 나는 터키에서 수없이 마주치게 된 언니들과 결국 겨울에 인도 여행을 같이 가게 된다. ㅋㅋㅋㅋ
(터키 이야기)
그리스의 여러 섬들을 거쳐 쾌속선을 타고 터키의 마르마리스 항구로 들어가게 되었다.
그리스는 유럽스타일인데..터키는 완전 중동 스타일... 분위기가 확 다르다.
개인적으로 터키라는 나라가 굉장히 흥미로웠고, 재미있었다. (이슬람권이라 사람들 옷차림, 건축물, 음식 등 모든 것이 달랐다.)
터키의 땅 덩어리가 이렇게 클 줄 몰랐는데...도시간 버스로 이동 시간이 상당했다.
최고 시간이었던게 트라브존에서 이스탄불까지 야간버스로 18시간 타고 이동했던 일.. 이 때 엄마가 몸 상태가 안좋아져서 오빠랑 엄마는 국내선 뱅기를 타고 가버렸지...
나만 같이 동행이 된 한국인 언니, 오빠들에게 맡겨진 채... (하지만 차만 타면 자는 나는 아주 딥슬립하면서 무사히 잘 도착했다~)
터키에서는 꽤 많은 도시들을 돌아봤다. 이스탄불, 파묵칼레, 에페스, 카파도키아 등 유명한 도시들은 물론, 작은 소도시들도 중간 중간 들러갔다.
이스탄불에서는 거의 1주일을 있었는데 한국인 아저씨가 주인인 동양호텔 (지금도 있나 모르겠다.) 의 짬뽕이 진짜 너무너무 맛있었다.
엄마는 이스탄불 거리를 무슨 집 동네 다니듯 자연스럽게 돌아다니기 시작했고, 오빠는 오빠 나름대로 친구들을 사귀어가며 본인만의 즐거움을 찾아가고,
나는... 나만...!! 이런 배낭여행에 적응하지 못하고 여기저기 어색한 미소만 날리고 있었다. (사진을 보면... 뭔가 다 어색하다)
스물 한살의 나는 아직 너무 어렸고, 세상은 너무 넓고, 사람들은 매우 다양했다. 여행을 하면서 느낀 점이 참 많았다.
(불가리아, 루마니아, 세르비아 이야기)
이 세곳은 원래의 계획에는 없었는데, 이스탄불에서 갑작스럽게 변경된 사항이었다.
동유럽은 유로화가 되어 있지 않아서, 각 나라별로 환전을 해야했고, 이스탄불에서 일단 불가리아로 넘어가는 기차를 타고 국경을 넘을 수 있었다.
이번 지중해 여행에서는 비행기, 배, 기차, 버스로 국경을 다 넘어보는 경험을 했다.
불가리아, 루마니아, 세르비아의 느낌은 비슷했다. 지금은 나아졌는지 모르겠지만... 16년전만해도 사회주의적인 뭔가모를 도시의 무거움이 있었다.
한국인은 물론, 아시아계 여행객들도 눈에 띄지 않았다.
각 세 나라의 수도 정도만 찍고, 다시 이스탄불로 돌아왔다. 이 쯤되니 이스탄불이 제 2의 고향이 된 것 같았다. 익숙함의 반가움..
여기서 엄마랑 나는 한국으로 귀국을 하고, 오빠는 홀로 이집트, 이스라엘, 레바논 여행을 가버렸다. 두 달을 꽉꽉 채우고 오셨지...
엄마 오빠랑 나랑 여행하면서 싸운 적은..?!
싸웠다기 보다 내가 많이 혼났다. (싸울 급이 안된다..나는 힘이 없다...)
사진 찍을때 사진 제대로 못찍는다고 잔소리듣고, 기차표 끊을 때 나보고 영어로 끊어오라고 시키는데 나는 하기 싫다고 삐지고... (결국 했지만...)
오빠가 짜잘한거 심부름을 막 시켰지만 이런 것들은 뭐.. 익숙하잖아? (집에서도 그랬으니까ㅎ)
돌이켜보면 이런 과정을 통해 나는 사진을 구도에 딱딱 맞춰 잘 찍을 수 있게 되었고, 영어공부의 필요성을 절실하게 느낀 계기도 생겼다.
결과적으론 다 좋았던거네... 흠..
아무튼 나의 첫 배낭여행은 이렇게 시작이 되었던 것이었다.
멋 모르고 시작된 여행이 뭔가를 알게 되고, 어떻게 여행하면 되는지를 엄마 오빠를 보면서 배우게 되었다.
여행할 땐 무엇을 하면 되고, 무엇을 하면 안되고, 어떻게 계획을 세우고, 그 계획이 틀어졌을 땐 어떻게 하면 되는지를...
왜 영어공부를 해야하는 지를... 인간 관계는 어떻게 맺어야 하는 지를..
40일동안 보고, 듣고, 느끼고, 생각하고, 먹고, 자고, 행동한 모든 순간들이... 하나하나 너무 소중한 내 것이라는 것에 감사하게 되었다.
그리고 그 때는 몰랐다. 내가 배낭여행에 폭 빠지게 되리라고는...!!
이렇게 여행의 물꼬를 트게 해준 엄마랑 오빠에게 감사 드린다.
아래의 사진들은 옛날 옛적 (?) 싸이월드가 한창 흥할 때, 내 미니 홈피에 업로드 해놓은 사진들이다.
그 때의 사진들은 웹 상에 남아있지 않아 이렇게나마 폰카로 찍어서 첨부해본다.
스물한살. 파릇파릇 젊었을때의 모습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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