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여행 스토리 [4]
- 인천항- 천진(티엔진)- 북경(베이징)- 서안(시안)- 정주(정저우)- 합비(허페이)- 황산- 항주(항저우)- 소주(쑤저우)- 상해(상하이)- 청도(칭따오)- 인천항
- 30일 배낭여행
- 2005년 7월- 8월 여름
인도여행을 다녀온 뒤, 다가오는 여름방학에 또다른 곳으로 배낭여행을 계획하게 되었다.
가깝고, 물가가 싼 곳을 찾다보니 중국이 제격이었다. 특히 인천항에서 배를 타면 엄청 저렴하게 다녀올 수 있다는 것이 큰 매력이었다.
그리고 언제 배를 타고 중국을 다녀와보겠어~ 이런 경험도 다 젊었을 때 할 수 있는거라 생각하며...
같이 갈 파티원들을 찾아보기 시작했다.
친한 친구 한명과 이종사촌 동생이 이번 여행은 함께 하기로 되었다. 하지만 배낭여행을 다녀온 사람은 나 혼자 뿐.. 친구는 해외여행이 처음이었고, 사촌 동생도 또래끼리 가는 여행은 처음이었다.
친구의 부모님을 우선 설득하기 위해 나는 계획표를 짰다. 30일동안 어디어디를 어떻게 이동하고 숙소는 어디로 정할 것이며, 예산은 얼마정도 필요하다. 라는 여행 계획서를 프린트해서 친구 부모님께 보여드리고 허락을 받았다. (우리 엄마는 프리패쓰였다.)
이모도 나를 믿고 사촌동생을 보낸다고 하셔서.. 이번 여행에서의 책임감이 막중하게 느껴졌다. 실제로 모든 루트 계획은 내가 짰고, 내 주도하에 이루어지게 되었다.
그래도 불평 불만없이 잘 따라줘서 고마웠다.
(천진, 북경 이야기)
인천항에서 큰 페리를 타고 24시간을 가면 천진항에 도착한다. 우린 학생할인을 받아서 더 저렴하게 배 티켓을 살 수 있었다.
갈때는 4인실을 예약해서 3명이서 널널하게 사용할 수 있었다. 배는 타이타닉 호 처럼 엄청 컸고, 각종 부대시설이 많이 있었다.
24시간이 엄청 지루할 줄 알았는데 여자 셋이 모이니 수다가 끊이지 않았고, 빙고게임도 하고, 간식도 먹으니 시간이 금방 지나갔다.
천진항에 도착하자마자 우리는 북경으로 가는 버스를 바로 갈아타고 북경으로 향했다.
이동에 이동이 이어져서 조금 피곤해졌다.
첫번째 북경에서의 숙박은 민박이었는데 밤 늦게 도착해서 임시로 정한 곳이었다. 어떤 아파트 같은 곳으로 들어가 하룻밤을 묵었다.
그리고 바로 다음날 천안문 근처 유스호스텔로 숙소를 옮겼다. (아파트는 약간 외곽이어서 여행하기엔 불편했으므로...)
유스호스텔은 도미토리 형식이었는데 우리방엔 영국인 언니 한명이 있었다. 이 언니가 만리장성 꿀 팁을 알려줬다.
보통 관광객들이 가는 만리장성은 사람이 너무너무 많으니 다른 곳을 추천해 줬는데 모전곡 만리장성이라는 곳이었다.
택시를 타고 가니 정말 사람도 별로 없고, 올라갈 때 리프트를 타고 올라가고 내려올 때는 레일바이크 같은걸 타고 내려와야 하는 곳이었다.
일단 사람이 없어서 사진 찍기에 좋았고, 레일바이크를 타고 내려올땐 놀이기구 타듯이 너무 스릴 넘쳐서 재미있었다. 진짜 최고!!!
영국언니 덕에 다른 만리장성을 경험할 수 있었다.
숙소 근처가 관광지였기 때문에 걸어다니면서 돌아볼 수 있었다. 그 대신 다리가 너무너무 아프긴 했다. 중국은 진짜 어마무시하게 넓었다.
(서안 이야기)
북경에서 서안까지 기차를 타고 이동을 해야했다. 침대칸을 예약해야 하는데 기차역에서 영어가 통하지 않았다.
나는 그나마 알던 한자를 동원하여 수첩에 출발지, 목적지, 시간, 인원수, 침대칸이라고 한자로 적은 뒤 계산기를 들이밀었다.
창구 직원이 쿨하게 돈을 계산기에 찍어주고 나는 그렇게 표를 샀다. 말 한마디 하지 않고 살 수 있었고, 이 방법은 여행 끝날 때까지 유용하게 써먹었다.
정말.. 중국은 영어가 많이 통하지 않아서 답답했다. (내가 영어를 잘하는 것도 아니었지만 중국어는 정말 1도 몰랐기에..)
서안에 도착했을 때 날씨가 정말 살인적으로 더웠다. 기본 40도는 넘어서 밖에 나가면 숨쉬기가 힘들었다.
기온도 높고 습도도 높아서 더 그랬다. 서안에서는 진시황릉과 병마용을 꼭 봐야하기에 땡볕아래에 힘겹게 갔다.
하지만 날씨가 더우니 눈에 잘 들어오지도 않았다. 주위에 구경할 곳도 많이 있었지만 우리는 그냥 볼 것만 보고 맥도날드로 갔다.
너무너무 더워서 여행의 의지도 꺾여버린 날이었다.
(정주 이야기)
이상하게 소림사는 꼭 들러보고 싶었다. 푹푹 찌는 서안을 빨리 떠나고 싶기도 했고...
정주에 도착해 어느 작은 호텔에 짐을 풀게 되었다. 프론트 데스크에서 소림사 투어에 대해 물으니 다음날 1일 투어가 있다고 한다.
우리는 얼른 예약을 하고 투어에 참여하기로 했다.
그런데 생각지도 못한 일이 있었다. 정말 100% 중국인 투어였다. 관광객들도, 가이드도 모두 중국인... 당연히 설명도 중국어.
우리나라로 치면 국내투어에 외국인 세명이 와서 말도 못알아 듣는 격이었다.
자연히 모든 사람들은 우리를 다 쳐다보고 시선 집중 당했다. 왠 쪼끄만 한국여자애 3명이 왔네? 이런 호기심 가득한 눈빛들..
소림사에 도착해서 가이드는 열심히 설명하는데 우린 못알아 들으니 그냥 사진이나 찍고 놀았다.
근데 문제는 자유시간 줄때.. 몇시까지 여기로 모여라. 라는 말 조차 알아듣지 못하니... 가이드가 시계를 보여주고, 종이에 시간을 적어주고, 신신당부를 한다.
서로 얼마나 답답했던지...ㅋㅋㅋㅋ 그리고 모이는 시간 쯤 되니 같이 투어하는 사람들이 우리를 챙겨준다. 지금 가야된다고... 친절하구먼!!
무사히 소림사 쇼까지 다 보고 호텔로 돌아왔다.
예상치 못한 1일 투어였지만 너무 재미있었다. 오히려 중국인 위주의 투어라서 더 특이하고 재미있기도 했다.
(합비, 황산 이야기)
황산에 가려면 합비 (허페이)라는 도시를 기점으로 잡아야 했다.
그 당시만 해도 황산을 배경으로 한 광고가 유행을 했던 때라 막연히 황산 한번 가보자 하는 마음에 루트를 계획했다.
하지만 우리는 날씨 운이 없었다. 태풍같은 비가 쏟아지기도 했고, 막상 황산에 올라갔을 때는 한치앞도 보이지 않는 안개 속에서 더듬더듬 등산로를 찾고 있었다.
세 명 다 체력은 떨어져 있는 상태여서 등산을 하는데 너무너무 힘들었다. 배도 고프고.. 목도 마르고...
중간 지점의 어느 가판에서 오이를 사서 가방에 있던 볶음 고추장에 찍어 한 입 베어 물었다. (참고로 난 오이, 수박 이런계열을 싫어하는 사람이다.)
태어나서 처음으로 시원하고 맛있는 오이를 먹어본 것 같았다. 하지만 그 이후 또 오이를 입에 대진 않았지...
전망대까지 올라가보려 했으나, 자욱한 안개 때문에 결국 포기하게 되었다. 올라가봤자 안개 때문에 경치는 커녕 아무것도 보지 못하고 내려올게 뻔했다.
티비에서 보던 그 절경은 보지 못하고 아쉬운 마음만 안고 내려왔다.
그리고 엄청 큰 레스토랑에 가서 이것 저것 다 시켜 먹었다. (이걸로 대리 만족하려는 마음...ㅋ)
우리가 황산의 어느 바닥에 쭈그리고 앉아 오이를 먹은 얘기는 아직도 만나면 나오는 얘기 중 하나의 에피소드가 되었다.
(항주, 소주 이야기)
항주와 소주는 아름다운 도시이다. 서호라는 강같은 호수가 크게 자리잡고 있다. 서호는 굉장히 크기 때문에 주위를 걸어서 둘러보는데도 시간이 꽤 많이 걸린다.
잔잔한 호수를 바라보며 잠시나마 그동안의 여정을 되돌아 보기도 했다.
소주 또한 물이 있는 도시이지만 항주처럼 큰 호수가 있는게 아니라 작은 운하들이 모여있는 도시이다. 운하를 끼고 정원들이 자리잡고 있어서 아기자기하게 예쁜 모습이었다. 거기에 중국풍의 건축물은 덤으로 관람 가능하다.
항주, 소주에서는 어떠한 이벤트 없이 무사히(?) 무난하게 여행을 할 수 있었던 것 같다.
(상해 이야기)
세련된 도시 상해. 상하이. 양쯔강 하구에 있는 중국 최대 도시이다.
상해는 유럽식 건물, 중국전통식 건물, 현대식 건물이 모두 어우러져있는 매력적인 도시였다. 사람도 많고, 차도 많고, 관광지도 엄청 많고...
정신이 좀 없긴 했지만 다양한 볼거리, 먹을거리가 넘쳐나 한시도 지루하지 않았다.
동방명주의 야경은 정말 멋있었는데, 이 야경을 보다 하나의 사건이 또 터지고 만다. 친구의 카메라를 소매치기 당한 일.
야경을 보러 나온 사람들이 너무 많아서 내가 특별히 가방을 앞으로 매라고 신신 당부를 했건만....
친구가 잠깐 가방을 뒤로 맨 사이 카메라를 소매치기 당해버린 것이다.
여권을 잃어버린게 아니라 천만 다행이었지만, 카메라를 잃어버렸다는 것은... 우리가 그동안 여행해온 모든 사진들을 날려버리게 된 것이다.
친구는 멘붕이 오고 겁이나서 울기 시작했고, 나랑 사촌동생은 어찌해야 할 바를 몰랐다. 일단 한국에 부모님께 전화를 드렸는데 아버님께서 안다쳤으면 됐다고 안심시켜주셨다. 나랑 사촌동생은 그동안 같이 찍은 사진도 많이 있으니까 사진 걱정 하지 말라고 위로를 전할 뿐이었다.
친구도 금방 마음을 추스리고, 다 내려놓고 이제 대놓고 자기 사진 이렇게 저렇게 찍어달라고 요구한다 ㅋㅋㅋㅋ 단순해 ㅋㅋㅋㅋㅋ
암튼 없었으면 좋았을 뻔 한 사건은 이렇게 일단락 마무리 지어졌다.
항상 사람많은 곳은 조심하자!!! 내껀 내가 잘 간수해야한다..
(청도 이야기)
우리의 마지막 종착지 청도에 드디어 왔다. 상해에서 청도까지는 버스로 17시간 걸리는 거리였다.
처음으로 침대 버스를 타봤는데 버스안에 2층으로 된 침대가 주~욱 나열되어 있는 특이한 모습이었다. 각자 비좁은 침대 하나씩 차지하고 밤새도록 달려 청도에 도착했다.
청도는 바닷가를 끼고 있는 도시여서 시원했고, 해수욕장도 있었다. 우린 수영복이 없어서 그냥 반바지 입고 물놀이를 대충 하기도 했다.
도시 자체가 깨끗한 느낌이었고, 고층 빌딩도 많이 있었다.
청도의 명물 칭따오 맥주를 처음 마셔본 곳이기도 하다. 진짜 맛있긴 했다.
이제 청도에서 배를 타고 다시 인천으로 가는 여정이기 때문에 우린 남은 중국돈을 탕진하기로 한다.
여행의 마지막은 항상 탕진잼!! 짝퉁시장도 구경하고, 스타벅스도 사먹고, 인천으로 돌아가는 배 안에서 먹을 간식도 엄청 많이 샀다.
(하지만 이 간식은 자느라 못먹고 각자 나눠서 집으로 가져갔다고 한다...)
(마무리)
돌아오는 배는 단체실을 예약했다. 침대가 있는 선실이 아니라 장판같은게 쭉 깔려있는 단체실이었다.
우리는 구석에 자리를 잡고 앉아 수다를 떨며 마지막 여정의 아쉬움을 달랬다. 청도의 마트에서 먹을 것을 엄청 많이 샀는데...
얘기를 하다 중간에 자버렸나보다.. 뭔가 시끌시끌해서 일어나니 인천항에 도착해버렸다...ㅋㅋㅋㅋㅋㅋ
17시간 이동 시간 중 1시간 얘기하고 16시간을 내리 자버린 것이다. 세명 모두.
한 달동안 힘들었었나 보다. 내가 좀 빡세게 다닌 것은 인정한다. 친구랑 사촌동생이 그래도 잘 따라와줘서 고맙고, 불평 불만없이 항상 웃어줘서 고마웠다.
배에서 내리니 가족들이 마중을 나와 있었다.
무사히 한달동안의 중국 배낭여행을 잘 마친 서로에게 수고했다고 하며 헤어졌다.
중국이라는 큰 대륙을 배낭 하나 짊어지고 한달동안 여행을 했다는 것은 정말 큰 도전이었다.
이 전에 인도 배낭여행도 했지만, 이번 여행은 철저히 내가 준비해서 떠나야 했기에 책임감이 막중한 여행이었다.
특히 영어가 잘 안통하는 부분이 많이 답답했지만 덕분에 더 잼있기도 했다. (만국의 공용어 바디랭귀지의 재발견)
중간에 친구는 눈에 결막염이 생겨 중국 안과에도 가서 치료를 받았고 (의사가 근데 영어를 못해서 답답... 가져간 회화책으로 겨우 대화했다..)
나는 온 몸에 땀띠가 생겨 약국에 가서 파우더를 사려고 했는데, 그 파우더 하나 설명하는것도 어려웠다. (결국 한자로 가루 "분" 을 써서 득템함...)
이런 저런 경험들을 바탕으로 나는 더 강해질 수 있었고, 여행에 대한 자신감이 더 붙게 되었다.
다음 여행은 혼자 떠나 볼까봐... ^^
아래 사진들은 예전에 싸이월드 미니홈피에 업로드 했던 것들인데, 폰카로 찍어 첨부해보았다.
북경 천안문, 왕푸징 거리의 벌레 꼬치...>.<
서안에서 더워서 죽을 뻔 했다.. 병마용 모습...
서호의 도시 항주. 강 같은 호수가 아름다웠다..
소림사!!! 사촌동생이랑 함께 ^^
황산에서는 오이 먹은 기억만 있을 뿐... 안개 때문에 아무것도 안보였다. ㅠㅠ
특이했던 침대버스. 친구덕분에 간 중국 안과 병원.. 소림사의 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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